고종석 <언문세설> 연재 7화 - ㅅ(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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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내 감옥이다. 오래도록 나는 그 감옥 속을 어슬렁거렸다. 
행복한 산책이었다. 
이 책은 그 산책의 기록이다."

 

 

 

 은 한글 자모의 일곱째 글자다. 이 글자의 이름은 ‘시옷’이다. 북한에서는 ‘시읏’이라고 부른다. 또 ‘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글자가 나타내는 소리는 국제음성문자로는 /s/로 표기되는 무성 마찰음이다.

 

ㅅ은 반투명의 자음, 반도체 자음이다. 그 왼쪽에는 투명한 도체인 모음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불투명한 부도체 ㅈ이 있다. 겸양의 선어말어미 –옵-(물러가‘옵’고), -삽/사옵-(잘 있‘삽’고), -잡/자옵-(받‘잡’고)은 투명에서 불투명으로, 도체에서 부도체로의 변이 과정을 음성적으로 드러낸다. ㅅ은 얇은 막의 자음이고, 얇은 사(紗)의 자음이며, 속이 비칠 듯 말 듯한 슈미즈나 란제리의 자음이다. 잠자리의 날개 같은 느낌이 ㅅ의 느낌이다. 그것은 파열의 자음이 아니라, 마찰의 자음, 스침의 자음이다. 살랑살랑, 스치다, 서늘하다, 소슬하다, 새, 산뜻하다, 삽상하다 같은 말에서 보이는 ㅅ이 그렇다.

 

ㅅ이 끝소리로 그칠 때에는 ㄷ처럼 발음된다. ‘시옷’은 /시읃/처럼 발음된다. 곳, 뜻, 멋, 맛, 거짓, 그릇, 깃, 방긋, 이웃, 붓, 굿, 구레나룻, 옷, 거멀못, 송곳, 암컷, 엿, 멸치젓, 버섯, 어느덧, 기껏, 날것, 오얏, 씨앗, 갓, 사뭇, 얼레빗처럼 ㅅ으로 끝나는 다른 말들도 [곧]  [뜯]  [먿]  [맏]  [거짇]  [그륻]  [긷]  [방귿]  [이욷]  [붇]  [굳]  [구레나룯]  [옫]  [거멀몯]  [송곧]  [암컫]  [엳]  [멸치젇]  [버섣]  [어느덛]  [기껃]  [날걷]  [오얃]  [씨앋]  [갇]  [사묻]  [얼레빋]처럼 발음된다.

 

그래서 받침소리 ㄷ처럼 받침소리 ㅅ도 ㄴ이나 ㅁ 같은 콧소리 앞에 오면 그 콧소리에 동화돼 콧소리 ㄴ으로 변한다. ‘송곳눈’은 /송곧눈/을 거쳐 [송곤눈]으로 소리 나고, ‘거짓말’은 /거짇말/을 거쳐 [거진말]로 소리 난다. ‘엿물’은 /엳물/을 거쳐 [연물]로 소리 나고, ‘이웃 마님’은 /이욷마님/을 거쳐 [이운마님]으로 소리 난다.

 

 

ㅅ을 받침으로 지닌 말들 가운데 ‘것’이 있다. ‘것’은 불완전명사다. 그러니까 ‘것’은 홀로 쓰이지 못하고, 관형사나 용언의 관형형 뒤에 올 수 있다. 그런 제약만 지키면 이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것’은 문장 속에 이미 나왔던 말의 대용어로도 쓰일 수 있고, 문장 바깥의 사물, 사람, 사건, 정황 등 모든 것을 가리킬 수 있다. 이 ‘것’ 속에는 우주의 안과 밖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 ‘것’은 이것, 저것, 그것이기도 하고, 네 것, 내 것, 우리 것, 너희 것이기도 하고, 좋은 것, 나쁜 것, 큰 것, 작은 것, 젊은 것, 늙은 것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건(것은) 라면이야’라는 문장에서 ‘것’은 ‘라면’이라는 사물이지만, ‘내가 미워하는 건 너야’에서 ‘것’은 ‘너’라는 사람이고, ‘내가 라면을 먹은 건 자정이 조금 지나서야’에서 ‘것’은 ‘자정이 조금 지나서’라는 시각이고, ‘내가 널 미워하는 건 네가 고집이 세서야’에서 ‘것’은 ‘네가 고집이 세서’라는 이유다. 또 ‘우리가 헤어진 건 김포공항에서야’에서 ‘것’은 ‘김포공항에서’라는 장소이고, ‘정말 끔찍했던 건 6·25전쟁이라구’에서 ‘것’은 ‘6·25전쟁’이라는 사건이다. ‘이상한 거(것을) 자꾸 물어보지 마’에서 ‘것’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것’은 용언의 관형형 뒤에 쓰여서 어떤 문장이나 용언이 나타내고 있는 바로 그 사실이나 행동 또는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때의 ‘것’은 이른바 체언절 또는 명사절을 만든다. 예컨대,

 

 

(1) 그 판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신문에 보도됐다.
(2) 그러고도 무사했다는 것이 놀랍다.
(3) 대법원장은 그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4) 나는 대법원장이 놀라워한다는 것을 대법원장 비서한테서 들었다.
(5) 우리 중에 누가 반부패 운동의 앞장을 서느냐는 것이 문제다.
(6) 고위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는 것이 너무 잦다.
(7) 시민 단체가 반부패 운동에 나서는 것을 좀 도와주자.
(8) 언론이 그 문제를 보도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

 

 

같은 문장들에 나타나는 ‘것’이 그렇다.
예로 든 문장 여덟 개 가운데 첫째에서 다섯째까지는 ‘것’에 의해 체언화된 문장이 그 종결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즉 -‘다’ 형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세 문장에서는 종결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남기심은 종결형을 유지하고 있는 체언형을 ‘긴 체언형’이라고 부르고, 그러지 못한 체언형을 ‘짧은 체언형’이라고 부른다.

 

남기심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위의 예 중 (1)에서 (3)의 긴 체언형은 의미의 변화 없이 짧은 체언형으로 바꿀 수 있다. 즉 (1)의 ‘그 판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는 ‘그 판사가 뇌물을 받은 것이’로, (2)의 ‘무사했다는 것이’는 ‘무사한 것이’로, (3)의 ‘그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에’는 ‘그가 뇌물을 받은 것에’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4)와 (5)의 긴 체언형은 그렇지 못하다. 고치면 비문이 된다. 다시 말해 ‘나는 대법원장이 놀라워하는 것을 대법원장 비서한테서 들었다’거나 ‘우리 중에 누가 반부패 운동의 앞장을 서는 것이 문제다’라는 문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 (6)과 (7)의 짧은 체언형은 긴 체언형으로 바꿀 수 없지만, 즉 ‘고위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는다는 것이 너무 잦다’거나 ‘시민 단체가 반부패 운동에 나선다는 것을 좀 도와주자’는 문장은 옳지 않지만, (8)의 짧은 체언형은 긴 체언절로 바꿀 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바꿀 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은 ‘언론이 그 문제를 보도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라는 문장이 중의적이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언론이 그 문제를 보도한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언론이 그 문제를 보도하는 태도가 좀 이상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앞의 뜻일 때는 ‘언론이 그 문제를 보도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로, 즉 긴 체언형으로 말바꿈이 가능하지만, 뒤의 뜻일 때는 그렇지 않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가 걸어가는 것이 이상하다’라는 문장도 ‘그가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는 것이 이상하다’라는 뜻일 수도 있고, ‘그가 걸어가는 모양이 이상하다’라는 뜻일 수도 있다. 앞의 뜻일 때에만 ‘그가 걸어간다는 것이 이상하다’라고 긴 체언형으로 바꿀 수 있다. ‘미자가 영어를 하는 것은 우스워’라는 문장도 마찬가지다. ‘미자가 영어를 하는 사실이 우스워’의 뜻일 수도 있고, ‘미자가 영어를 하는 태도(나 발음)가 우스워’의 뜻일 수도 있다. 이 역시 앞의 뜻일 때만 ‘미자가 영어를 한다는 것은 우스워’처럼 긴 체언형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니까 이런 중의적인 문장에서 ‘것’은 ‘사실’이라는 추상적인 의미를 지닐 수도 있고, ‘태도’나 ‘모양’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뜻을 지닐 수도 있는 것이다.

 

체언절을 형성하는 ‘것’이 비교적 구체적인 뜻을 지니는 경우를 들어보면, ‘미자가 피아노 치는 걸(것을) 들었니?’에서 ‘것’은 ‘소리’이거나 소리와 관련된 어떤 것이고, ‘옆집에서 고기 굽는 게(것이) 구수하구나’에서 ‘것’은 ‘냄새’나 냄새와 관련된 어떤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미자가 피아노 치는 걸 들었니?’라는 문장에서 주절의 용언을 바꾸면 이 ‘것’의 의미는 바뀐다. ‘미자가 피아노 치는 걸 알았니?’에서 ‘것’은 ‘사실’ 정도의 막연한 뜻이 되고, ‘미자가 피아노 치는 걸 못 하게 했니?’에서 ‘것’은 ‘행위’ 정도의 뜻이 되며, ‘미자가 피아노 치는 걸 떠밀었니?’에서 ‘것’은 ‘미자’를 가리킨다. 이런 문장들에서, 긴 체언형과 짧은 체언형의 호환성 여부, ‘것’의 의미가 추상적이냐 구체적이냐, 또 구체적이라면 어떤 뜻이냐 하는 것은 주로 주절의 서술어에 달려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것’은 또 명사문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명사문이란 ‘나도 다음 달에 파리에 갈 예정이야’ ‘철수도 곧 갈 모양이야’에서처럼 ‘예정’ ‘모양’ 같은 명사가 그 문장의 서술어 노릇을 하지만, 그 서술어의 주어는 없는 문장이다. ‘예정’ ‘모양’ 앞에 나온 부분은 이 명사들을 수식하는 관형어절일 뿐, 문장 전체의 주어가 없는 것이다. ‘것’도 이와 비슷한 명사문을 만든다. 즉 ‘것’이라는 명사가 그 문장의 서술어지만, ‘것’을 수식하는 관형어절만 있을 뿐 그 ‘것’의 주어는 없는 경우다.

 

이런 유형의 문장에 쓰이는 ‘것’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것’은 ‘-ㄴ/은/는/던 것이다’의 형식으로 쓰여, 전에 일어났거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 또는 앞에서 말한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하거나 확인하거나 근거를 대는 기능을 한다. ‘그는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이다’라거나, ‘체온이 38도까지 올랐다. 감기가 심한 것이다’ 같은 문장이 예다. 어린아이나 여성이 수다를 떨며 이런 유형의 ‘거예요’를 남발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엔 앞의 문장과 관련 없이 불쑥 이 ‘것이다’가 나오면 어색하게 들린다. 어떤 글의 첫 문장에 이런 ‘것이다’가 나올 땐 그 문장이 오문이라고 보아도 좋다. 물론 신파극에서는 ‘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식으로 과장되게 이런 표현을 즐기기도 했던 것이지만.

 

명사문을 만드는 ‘것’은 둘째로 ‘-ㄹ/을 것이다’의 형태로 쓰여 추측이나 예상을 나타낸다. ‘봄이 오면 내 님도 돌아올 거야(것이야)’라거나 ‘걔 지금 많이 아플 거야’ 같은 문장이 그 예다.

 

마지막으로 명사문의 ‘것’은 ‘-ㄹ/을 것’ 형식으로 문장을 끝맺어 명령의 뜻을 나타낸다. ‘식사 후에는 꼭 이를 닦을 것’ ‘자정 이후에는 욕실 사용을 삼갈 것’ 같은 말이 그 예다.

 

 

ㅅ을 받침으로 삼는 또 다른 불완전명사 ‘곳’은 자주 ‘장소’로 대치할 수 있다. 예컨대 ‘위험한 곳에 가지 말아라’를 ‘위험한 장소에 가지 말아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곳’이 순수한 위치로서의 점(點)을 가리킬 수 있는 데 비해, ‘장소’는 일정한 넓이를 가진 공간을 의미한다. 그래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를 ‘저 높은 장소를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로 바꿀 수는 없다. 또 ‘장소’는 ‘곳’과 달리 어떤 일이나 대상에서 문제가 되는 어떤 부분을 가리킬 수 없다. 그래서 ‘너 마음에 찔리는 곳이 있니?’나 ‘걔 주장에는 잘못된 곳이 없어’를 ‘너 마음에 찔리는 장소가 있니?’나 ‘걔 주장에는 잘못된 장소가 없어’로 고칠 수는 없다. 반면에 ‘곳’은 불완전명사이므로 ‘장소’와는 달리 독립적으로는 쓰일 수 없다. 물론 예컨대 ‘때와 곳’에서처럼 관용적으로 쓰이는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곳’은 홀로 서지 못한다. 그래서 ‘장소가 비좁군’이라는 말을 ‘곳이 비좁군’이라고 고쳐 말할 수는 없다.

 

 

‘뜻’은 언어적 단위의 내포나 외연을 가리킬 때, 또는 어떤 중요성이나 가치 곧 의의를 가리킬 때는 ‘의미’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천사들이라는 뜻이야’는 ‘로스앤젤레스는 천사들이라는 의미야’로 바꿀 수 있다. 또 ‘이 논쟁을 계속하는 것이 무슨 뜻이 있겠니?’도 ‘이 논쟁을 계속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라고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의미’라는 말은 ‘뜻’과는 달리 ‘의지’나 ‘의도’나 ‘의사’를 가리킬 수는 없다. 그래서 ‘네 뜻이 정 그렇다면 결혼을 서두르도록 하자’를 ‘네 의미가 정 그렇다면 결혼을 서두르도록 하자’로 바꿀 수는 없다. 또 ‘그 사람이 당선된 건 하느님의 뜻일 수도 있다’를 ‘그 사람이 당선된 건 하느님의 의미일 수도 있다’로 바꿀 수는 없다.

 

 

이 ㅅ 글자의 꼴은 이 글자가 나타내는 소리를 낼 때 혀끝과 윗니 사이를 좁히고 그 사이로 바람을 스쳐 내게 되기 때문에 이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의 모양을 왜 ㅅ의 꼴로 본떴을까? 아마도 ‘이’를 의미하는 한자 ‘齒’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齒’라는 글자에는 ㅅ과 똑같은 모양이 네 개나 들어 있다. 이 한자는 입안에 아랫니와 윗니가 벌어져 있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한글 ㅅ은 한자 ‘齒’에서 이의 모양이 ㅅ 꼴로 형상화된 것을 따랐을 가능성이 있다.

 

이 ㅅ 뒤에 ㅣ 모음이나 ㅣ 선행모음(ㅑ, ㅕ, ㅛ, ㅠ)이 오면 ㅅ은 구개음으로 변한다. 그때도 글자는 ㅅ이지만, 그 ㅅ 소리는 보통 때의 ㅅ 소리와 다르다. 즉 사, 서, 소, 수, 스의 ㅅ 소리와 샤, 셔, 쇼, 슈, 시의 ㅅ 소리는 다르다. ㅅ이 ㅣ 모음이나 ㅣ 선행모음 앞에서 구개음화하는 현상은 ㄴ이 같은 환경에서 구개음화하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사다’의 ㅅ은 잇소리이지만, ‘시다’의 ㅅ은 입천장소리다. ‘시큼하다’ ‘시금털털하다’ ‘시들다’ ‘시무룩하다’의 ㅅ 소리 말이다. 이 구개음 ㅅ은 영어 철자법에서 ‘s’가 표시하는 소리보다는 ‘sh’(프랑스어의 ch나 독일어의 sch)가 표시하는 소리에 더 가깝다.

 

 

어간이 ㅅ으로 끝나는 용언의 일부는 홀소리로 시작되는 어미나 선어말어미와 어울려 활용할 때 이 ㅅ을 탈락시킨다. 이런 현상을 ‘ㅅ불규칙활용’ 또는 ‘ㅅ변칙활용’이라고 한다. 고유어로는 ‘ㅅ벗어난끝바꿈’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런 활용을 하는 용언을 ‘ㅅ불규칙용언’이라고 한다. 예컨대 ‘잇다’ ‘짓다’ ‘낫다’ ‘긋다’ ‘붓다’ ‘젓다’ ‘잣다’ 같은 말들의 어간에 어미
‘-어/아’나 ‘-으니’가 붙으면 ‘이어’ ‘이으니’ ‘지어’ ‘지으니’ ‘나아’ ‘나으니’ ‘그어’ ‘그으니’ ‘부어’ ‘부으니’ ‘저어’ ‘저으니’ ‘자아’ ‘자으니’ 따위가 되는 것이 ㅅ불규칙활용의 예다. 특정 지역의 방언들에서는 ‘잇어’ ‘잇으니’ 따위로 활용하는 수도 있지만, 표준어에서는 어간 끝의 ㅅ이 탈락한다.

 

어간이 ㅅ으로 끝난다고 해서 모두 ㅅ불규칙활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솟다’ ‘벗다’ ‘빗다’ ‘웃다’ ‘빼앗다’ 같은 말은 ‘솟아’ ‘솟으니’ ‘벗어’ ‘벗으니’ ‘빗어’ ‘빗으니’ ‘웃어’ ‘웃으니’ ‘빼앗아’ ‘빼앗으니’ 따위로 활용한다.

 

 

한국어에는 두 낱말이 결합하여 합성어를 만들 때, 그 합성어의 두 낱말 사이에 소리가 덧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 덧생기는 소리를 ‘사잇소리’ 또는 ‘간음(間音)’이라고 한다. 사잇소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잇소리’ ‘냇가’ ‘귓밥’에서처럼 뒷낱말의 첫소리가 덧나는 경우이고, 둘째는 ‘잇몸’ ‘냇물’에서처럼 두 낱말 사이에 ㄴ 소리가 덧나는 경우다.

 

한국어 정서법에서 사잇소리는 흔히 앞말의 끝에 ㅅ을 받치어 적어 표기하는데, 이런 경우의 시옷을 사이시옷이라고 한다. 사이시옷을 적는 경우는 한글맞춤법 제30항이 규정하고 있다. 한글맞춤법 제30항은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 경우를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 경우와,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그리고 두 음절로 된 한자어로 대별하고 있다.

 

첫 번째 경우는 나룻배, 나뭇가지, 조갯살, 잿더미, 찻집에서처럼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과, 아랫니, 잇몸, 깻묵, 빗물에서처럼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는 것과, 뒷일, 베갯잇, 깻잎, 나뭇잎에서처럼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으로 다시 나뉜다.

 

또 두 번째 경우도 핏기, 텃세, 귓병, 봇둑, 찻잔에서처럼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과, 곗날, 훗날, 양칫물, 툇마루에서처럼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것과, 가윗일, 사삿일, 예삿일, 훗일에서처럼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으로 다시 나뉜다.

 

사이시옷이 사잇소리를 표기하는 두 음절 한자어의 예로는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따위가 있다.

 

 

받침으로서 ㅅ은 첩어 부사를 만드는 데 흔히 사용된다. 흘낏흘낏, 쫄깃쫄깃, 희끗희끗, 생긋생긋, 기웃기웃, 쭈뼛쭈뼛, 또렷또렷, 머뭇머뭇, 지긋지긋, 방긋방긋, 반듯반듯, 꾸깃꾸깃, 찌릿찌릿, 느릿느릿, 비릿비릿, 거뭇거뭇, 나긋나긋, 슬몃슬몃, 쫑긋쫑긋, 울긋불긋에서처럼 말이다.

 

 

ㅅ으로 시작하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마 ‘사랑’일 것이다. 사포 이래로 수많은 서정 시인들이 사랑을 노래했고, 대중가요의 대부분은 사랑에 관한 것이다.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감/ 전/ 되/ 었/ 다”고 고정희는 썼다. 이진명의 <일화(逸話)>는 환상특급이다: “나는 사랑의 밀사였다/ 마음에 오래도록 드리운/ 천 년 전의 왕국/ 樓蘭으로 가야 한다/ 국경선을 넘다가 체포되었고/ 그리운 산맥은/ 죽음을 가지고 넘어야한다// 나는 죽어 누더기 하나 걸치지 않고/ 千山南路로 간다/ 거기서도 더 깊은 폐허로 가서/ 미이라가 된다/ 붉은 비단 조각이 몸에 덮이고/ 그 위에/ 天世不變/ 네 글자가 놓인다// 타림 강이 실어온 모래가 나를 덮는다/ 살쾡이 무리들은 벌판을 넘어뜨리며/ 북로의 산맥을 치닫는다/ 계절도 없이 해가 기울고/ 로브노르 호수만한 달이 차오르면/ 鳴砂山 모랫더미는 끝 모르게 운다// 아, 완성하여라/ 흘러와 꿈을 완성한 자의 잔은/ 가득 찬다/ 붉은 비단빛으로/ 사랑의 밀명을 전하라고.”

 

 

ㅅ 글자의 소리보다 더 되게 나는 소리를 적기 위하여 겹쳐 만든 글자가 ㅆ이다. ㅆ의 이름은 ‘쌍시옷’이다. 북한에서는 ‘된시읏’이라고 한다. 한국어에서 ㅆ은 욕설에 자주 쓰인다. ‘상스럽다’의 센말인 ‘쌍스럽다’나 ‘상소리’의 센말인 ‘쌍소리’에서도 벌써 ㅆ의 ‘쎄기’가 드러난다. ‘쌍말’은 ‘상말’보다도 더 ‘쎄다.’ 그런 ‘쌍말’ 가운데는 ‘쌍’ ‘썅’ 같은 말도 있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여자 어른의 성기를 이르는 말과 그 말의 복합어들일 것이다. 그 말들은 활자화하기 거북한 금기어들이다. 그러나 내가 끝까지, 이 책이 끝나도록, 그 금기를 지킬 수 있을까?

 

 

고종석 <언문세설> 연재 7화 - ㅅ(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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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문세설
국내도서
저자 : 고종석
출판 : 새움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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